별로 내키지 않는 알바였던 것도 사실이었다. 급여에 대한 얘기도 없고, 식대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이 없고, 더군다나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것보다 배는 힘들었으니 말이다. 고작 편의점이었다. 계산하고, 물건 진열하는 게 전부인 줄만 알았던 편의점일이 뭐가 이리 힘든가 싶었다. 분명 친구들이 편의점알바를 할 때엔 이 정도 까진 아니었는데, 하루종일 근육통에 시달려야 하는 그런 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하나 둘, 여기저기서 만류하는 목소리가 들려왔고, 결국 어제 일을 그만두겠다고 사장님께 말했다. 차마 얼굴을 마주보고서는 입이 떨어질 것 같지 않아 전화로 했다. 약속한 기간만큼 일하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 감이 있었던 것도 잠시, "그래? 흠, 알았다." 심하게 빈정거리는 말투가 나의 귀를 파고들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연거푸 죄송하단 말을 하고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궂은 일에도 투덜거림 하나 없이 열심히 했던 나인데 아무렴 일을 관둔다고 해도 그렇지 꼭 그렇게 빈정대야만 했을까.
편의점 일도 관뒀으니 당분간은 헬스에 열중해야 할 것 같다. 애초에 편의점 일을 시작한 것도 여자치곤 덩치가 큰 내가 하기엔 무리가 없는 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몇개월간은 살빼는 데에 집중하고 몸관리도 열심히 하면 그땐 더 폭 넓은 선택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마음 같아선 살을 빼는 것 외에 여러가지 일을 해보고 싶다. 우선 단편, 혹은 장편의 소설 하나를 끝마쳐 보고 싶다. 수능으로 대학을 갈 마음은 없지만 학업에 열중하지 못했던 지난 날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고등학교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기도 하다. 작가가 되리라는 꿈을 가지곤 있지만 '글' 하나에 치중하기엔 세상, 그 속에서의 인간의 삶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폭이 넓기 때문에 글이 아닌 다른 것도 해보고 싶다. 요리를 배워본다거나 컴퓨터와 관련된 각종 자격증을 따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페이가 제법 괜찮다는 패밀리레스토랑, 놀이공원, 기타 등등 유니폼을 입고 해야하는 일들을 해보고도 싶고, 그것도 아니라면 두고두고 추억할 만한 멋진 연애를 해봤으면도 한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 모든 것들이 결국엔 '외모'라는 것과 얽히고 섥혀 있다는 것을 나는 간혹 느낀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보다는 그것의 정도에 따라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사소하면서도 중요한 것'들을 말하는 것인데 대표적인 게 있다면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글을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학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자신감. 글이 아닌 다른 것에도 도전하고 결국에는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예쁜 유니폼을 입고 고객에게 친절하게 서비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내가 사랑하는 그가 날 사랑하게 만들 것이라는 자신감.
어쩌면 난, 그 자신감을 찾기 위해 헬스를 시작하고 살을 빼는 것일 지도 모른다. 내게 항상 부족했던 것, 자신감.
내년 이맘때쯤이면 크게 고뇌하는 것 없이 "물론이지, 할 수 있어."라고 말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으면 한다.
' Heo-py > Rainbow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 100315 (0) | 2010/03/15 |
|---|---|
| 091103 (0) | 2009/11/03 |